2011년 10월 23일(일), 가을의 전설, 춘마에 흠뻑 빠지다...  

[춘천마라톤][춘마][마라톤대회]

 

- 대회명 :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 장소 : 춘천 공지천

- 참가종목 : 42.195km

- 날씨 : 약간 흐림(9-17)

 

언제부터인지 가을하면 춘마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아마 나만이 아니라 마라톤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춘천하면 막국수, 닭갈비, 공지천, 소양댐, 삼악산 등등을 떠올리겠지만 마라토너에게는 춘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오로지 춘마만을 생각한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3월의 동마가 끝나고 차분히 훈련하면서 준비했는데, 10여일을 남기고 감기에 걸려 운동을 못했다. 그래도 그 이전에 컨디션과 페이스, 호흡 등의 점검을 마쳤기에 쉬라는 신호로 알고 푹쉬었다. 하지만 달리기 감을 잊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두 번 정도는 가볍게 컨디션을 점검했다.

 

당일 6시에 고속터미널역 앞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서초마라톤클럽 회원들 35명이 함께 가니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떡과 음료수를 나눠먹고 모이는 장소, 뒷풀이 등 숙지사항을 공지하고 각자 쉬거나 출발 준비를 하였다.

 

몸의 피로, 코막힘이 다소 걱정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어떤 중요한 대회에 참가하더라도 긴장을 하거나 두려움이 들지를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잠도 잘 못잔다고 하는데, 이상하리만큼 편하게 임한다. 즐길 생각이 항상 앞서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고른다. 1차 목표 3시간 27, 오늘의 목표를 마음속에 되뇌어 본다.

작년 중앙마라톤때 기록 문자가 오류가 나서 잘못 날라왔던 문자이기에 중마가 끝난 후에 일찌감치 올해의 목표로 삼았었다.

1km 4 55초주로 달리면 된다. 지난 하프 2, 32km 2번을 달리면서 4 50초주로 호흡과 페이스, 자세를 점검 끝냈다. 단지 우려가 되는 것은 그 페이스대로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버스가 길이 막혀 8 15분이 되어서야 춘천에 도착했다. 급하게 짐을 맡기고 스트레칭을 한 후에 워밍업을 간단히 하고 있는데, 출발 신호가 울린다. 시간이 짧다 보니 워밍업도 제대로 못하고 D그룹에 섞여서 스톱워치를 맞추고 출발했다.

 

페이스를 맞추고 달리는데 1km 지점에 가니 440, 3-4km 5분 정도에 달릴 계획인데, 분위기때문인지 다소 빠르다. 초반 오버페이스는 후반에 몇배로 되돌려 받는다. 물론 10초정도면 크게 오버페이스가 아니기에 다시 페이스를 조정했다. 5km까지 23 56초에 달렸으니 km 4 47초에 달렸다. 이제는 이 페이스로 끝까지 달리는 것이 숙제다. 3km의 언덕은 지났고, 6km의 급경사를 어떻게 넘을가를 고민했다. 일단은 페이스를 그대로 끌고가 보기로 했다. 10km까지의 5km 기록은 23 13, km 4 39초로 다소 빨라졌다. 아마 7km지나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좀 올렸기 때문이리라. 30km까지는 5분이내로 페이스를 잘 맞추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5분이 넘었다. 시간 기록은 이렇게 나왔지만 실제 느낌은 25km부터 32km사이가 페이스가 떨어져서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후반이 상당히 걱정되었는데, 의외로 32km가 지나고서부터는 감기로 인해 코막힘과 가래가 완화되어 달리는데 크게 지장이 안되었다.

 

하프까지의 기록이 1시간 39 18초이었으니 이 페이스만 그대로 유지하면 3시간 20분이내에는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5km부터는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이때까지 2-4 호흡법으로 달리던 것을 과감하게 1-3호흡법으로 바꿔서 페이스를 올렸다. 어쩌면 심장에 무리로 퍼져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부딪쳐 보자는 생각에 무리를 하면서 속도를 높이려고 애썼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페이스를 올린 것이 아니고 그 속도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최종 도착기록은 3시간 24 03초에 들어왔다. 2차 목표인 320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330은 여유있게 달성했다.

 

전체 페이스를 점검해 보니 km당 4 51초주로 달렸다. 4 40초 정도로 10초만 당기면 3시간 17분 정도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2주 후에 있을 중마에서는 이 정도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춘마의 코스는 언덕이 4-5곳이 있어서 쉽지 않지만, 그래도 주변의 풍광이나 분위기는 달리기에 최상이라고 생각된다. 초반의 의암호, 중후반의 춘천댐 주변, 북한강과 삼악산 등 절경이 이어진다. 고개를 들면 산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고, 내려다 보면 강물이 넘실대는 천혜의 환경에서 달릴 수 있어 좋다. 소양강을 건너는 소양2교를 지나면 40km 지점이고 마지막 직선 주로의 끝에 골인 지점이 있다.

 

그래도 이번 춘마에서는 생각했던 1차 목표도 달성하였고, 달리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도 줄이고 페이스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물 마실 때도 쉬지 않았고, 단지 20.5km 지점에서 응원을 하던 불감님, 피그시님, 이티님을 만났을 때만 음료를 먹기 위해 잠깐 멈췄다. 그리고 41km지점에서는 10km 뛰신 서초마라톤클럽 회원분들이 모여서 열성적으로 응원을 해주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갔기에 박수쳐주고 이름 불러주는 것만 들으면서 지나갔다. 아마도 이제사 오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골인해서 메달 받고, 물품 찾아서 가볍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41km 지점의 응원단으로 가서 함께 응원을 했다. 다소 늦게 오는 분들을 응원하니 나름 재미가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응원은 부담없이 편해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뭔가 기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면 원래 취지가 반감되니까...  응원을 마지 못해 하게 된다면 달리는 사람도, 응원하는 사람도 의미가 없다.  응원은 달리는 서마클 회원을 위한 응원일 뿐이니까...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가장 좋은 응원은 동반주만한 것이 없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옆에서 달려주는 것 만큼 힘이 되는 것이 있겠는가?

 

5시간 25분에 최종적으로 최선님이 들어오면서 응원도 끝나고, 관광버스를 불러 뒷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퇴골바위집이라는 오리고기 전문집인데, 산속에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 그렇지 음식맛도 좋고, 편하게 놀다 올 수 있었다. 단지 뒷풀이 끝날 때쯤, 지난 1년간 해온 총무를 그만둔다는 것을 회원들에게 발표하기로 사전에 회장님과 얘기됐었고, 감사 박수를 받으면서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상황이 예상한대로 되지 않아 분위기를 급랭시키고 끝나 버렸다. 회원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어차피 벌어질 상황이었기에 한 것이 백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음먹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이번 춘마를 통해 자세, 페이스와 호흡에 대한 감을 어느 정도 잡은 것 같다.

이젠 약간은 달리기에 대한 자신도 생겼고, 근육도 형성된 것 같아 다행이다.

좀 더 꾸준한 훈련으로 달리기 감과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신경을 써야할 듯하다.

 

2주 후인, 11 6일의 중마가 기다려진다

 


P 강남부동산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